‘캡틴’ 손흥민(32)이 같은 팀 동료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는데, 소속팀 토트넘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유가 있었다.
토트넘 구단 사정에 밝은 피터 오 루크 기자는 18일(한국시간) SNS를 통해 팀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언급했다. 루크 기자는 한 토트넘 팬으로부터 ‘벤탄쿠르에 대해 이야기가 구단 내부적으로 진행됐는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모두들 휴가를 떠났기 때문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토트넘이 이 일을 다룬다고 해도 이것에 대해 발표할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동안 토트넘은 손흥민의 인종차별 문제에 민감하고, 빠르게 대응해왔다. 지난 2021년에는 일부 웨스트햄 팬들이 온라인을 통해 손흥민에게 인종 차별성 메시지를 퍼부었다. 그러자 토트넘은 “웨스트햄과 경기 도중 온라인에서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구단이 파악했다. 이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할 행위”라면서 “우리는 손흥민의 편에 설 것이다. SNS 기업들과 정부 당국이 이에 대해 조처를 할 것을 요청한다”고 곧바로 대응했다.
하지만 이번에 토트넘은 침묵만 지키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수많은 축구팬들이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항의하는 댓글을 남겼지만, 토트넘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유로2024, 코파 아메리카 등에 참가한 토트넘 선수들의 국가대표팀 훈련 모습만 공유했다. 오히려 벤탄쿠르를 지적하는 댓글이 남겨지면, 이를 지우고 있다는 ‘댓글 삭제’ 의혹까지 퍼졌다.
루크 기자는 토트넘의 ‘무반응’에 구단 직원들의 휴가를 이유로 꼽았으나 사태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분명 아쉬운 대응이다.
벤탄쿠르는 지난 14일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해 논란을 만들었다. 당시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고 부탁하자, 벤탄쿠르는 “한국 사람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농담이었지만, 아시안 인종을 무시하는 의도가 깔린 ‘인종차별’적인 발언이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벤탄쿠르는 SNS를 통해 “쏘니, 내가 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나는 나쁜 농담을 했다”며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고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벤탄쿠르는 손흥민의 애칭인 쏘니(Sonny)의 영어 스펠링을 ‘Sony’라고 잘못 적었고, 게시글도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스토리’ 형식으로 올렸다.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많은 이들이 벤탄쿠르가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벤탄쿠르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토트넘 구단도 조용한 상태다.
한편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사과 메시지에도 별 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지난 17일 모처럼 자신의 SNS에 게시물을 올렸지만, 이는 휴가를 보내는 자신의 모습을 업로드한 것이었다. AP통신은 “토트넘의 주장인 손흥민은 아직 벤탄쿠르의 사과에 공개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