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일 동해상으로 극초음속으로 추정되는 중장거리급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고체연료 엔진의 성능 개량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가 향상되고 기습 발사가 쉬워져 한·미·일 대응이 어려워지게 됐다.
합동참모본부는 2일 “오전 6시 53분 북한이 평양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을 포착했다”면서 “미사일은 600여㎞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화성-12형 등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3000~5500㎞ 탄도미사일을 ‘중장거리급’이라 하는데, 군은 이를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한다.
합참은 탄도미사일의 비행 거리·속도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의 고체연료 엔진 추력 시험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추진체(엔진) 추력 성능이 기존보다 향상됐을 수 있다. 이번 미사일은 최고 고도 100㎞ 이내, 비행 거리 600~650㎞로 추정된다. 기존보다 같은 거리를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갔고, 추진체의 1·2단이 분리되는 등 다단계 엔진 특성도 포착됐다. 그만큼 엔진의 힘이 세졌고, 사거리는 대폭 늘어난 것일 수 있다.
북한의 IRBM 미사일은 괌이 사정권에 들어오는 수준인데, 다단계 엔진을 장착하면 사거리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이번 발사에서 엔진의 2단 분리를 통해 속도를 더욱 높이면서 극초음속 기준인 마하 5(6120㎞)를 훨씬 넘는 속도가 나왔을 수 있다”면서 “시험에 성공했다면 지금은 괌을 타깃으로 하는 중장거리 미사일의 사거리가 훨씬 늘어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시험한 게 극초음속 미사일이 맞는다면, 일반 탄도미사일처럼 상승했다가 하강한 뒤 약간 상승(pop-up)하며 평활 기동(글라이딩)을 하는 궤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활 기동 구간에선 고도 30~70㎞를 비행하며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유지해야 극초음속 미사일로 분류한다. 한국과 괌에 배치된 주요 대공 방어 수단인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PAC-3 등이 요격하기 어려운 속도다.
이날 한·미·일은 올해 들어 첫 3자 공중 훈련을 했다. 국방부는 이날 “한·미·일은 미국의 B-52H 전략 폭격기가 전개한 가운데 제주 동남방의 한·일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 구역 일대에서 공중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미군에선 B-52H 외에도 F-16 전투기가 참여했으며,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 등이 참가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와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