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다패 굴욕… 이러다 다시 KBO로 오는 거 아냐, 이렇게 돈복이 없다니

2020년 KBO리그 두산 베어스에서 1년을 뛴 크리스 플렉센(30·시카고 화이트삭스)은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시애틀과 3년 계약을 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덮고 있을 때였다. 시애틀은 스카우트 한 번 파견을 못하고, 영상으로 플렉센을 본 뒤 영입을 결정했다.

그런 플렉센은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2021년 특급 가성비 선수였다. 2021년 31경기에서 179⅔이닝을 던지며 14승6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하며 개인 최고 시즌을 보냈다. 2022년 시즌 중반까지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8승을 수확했다. 2023년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던 플렉센은 생애 최대 ‘대박’의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금전운은 없었다. 플렉센은 시애틀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밀렸다. 구단은 플렉센의 기량에 만족하지 못했고, 외부에서 선수들을 수혈했다. 그리고 내부에서 올라오는 어린 투수들의 기량도 만만치 않았다. 롱릴리프로 보직을 바꾼 플렉센은 시즌 중반 콜로라도로 트레이드됐다.

불펜 투수로 FA 시장에 나가는 것과, 선발 투수로 FA 시장에 나가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콜로라도 이적 후 다시 선발 투수로 복귀한 플렉센이 마지막 기회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플렉센은 이적 후 12번의 선발 등판에서 2승4패 평균자책점 6.27에 그치며 부진했다. 시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29경기에서 2승8패 평균자책점 6.86에 머물렀다.

2021년 14승 경력이 있지만 근래 1년 부진한 투수에게 많은 돈을 줄 팀은 없었다. 플렉센은 결국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1년 175만 달러라는 초라한 금액에 계약했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돈과 그렇게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하나의 화이트삭스 이적이 하나의 장점은 있었다. 화이트삭스는 리그 최하위권 팀이었고, 선발 기회가 열려 있었다. 리빌딩에 나선 화이트삭스는 많은 돈을 쓰지 않고 로테이션을 돌 수 있는 선수를 바랐다. 그게 플렉센이었다. 서로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아직 만 30세인 플렉센은 올 시즌 잘하면 또 FA 시장에 나갈 수 있었다. 팀 성적과 무관하게 자신의 기량만 검증하면 됐다. 그러나 올해도 무너지고 있다. 꾸준하게 선발로 나가고는 있지만 시즌 전 기대치보다는 훨씬 떨어진다.

플렉센은 시즌 23경기(선발 21경기)에 나가 112⅓이닝을 던졌지만 2승10패 평균자책점 5.13이라는 성적에 머물고 있다. 10패는 아메리칸리그 투수 중 가장 많다. 64점의 자책점 또한 아메리칸리그 투수 중 가장 많은 수치다. 9이닝당 9.4개의 안타를 맞는 둥 구위가 버텨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볼넷이 아주 적은 것도 아니다. 힘겨운 시즌이 지나가고 있다.

다른 팀 같았으면 사실 당장 불펜으로 갔을 성적이지만, 어차피 올 시즌을 포기한 30개 구단 최하위 팀 화이트삭스는 그냥 올해를 쓰고 재계약하지 않을 생각으로 플렉센을 로테이션에 놔두고 있다. 7월 들어 경기력과 기록 모두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이미 성적이 많이 망가졌다. 올 시즌 뒤 FA 시장에 나가도 좋은 대우를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한국이나 일본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까지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요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년 계약은커녕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장담할 수 있는 성적은 아니다. 만약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다면 향후 경력이 더 험난해지고, 2~3년 뒤에는 KBO리그에 다시 어울리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다. 플렉센이 경력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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